SeSAC Songpa
'사용자 관점에서 설계된, 개발자를 위한 학교'
청년취업사관학교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꿈꾸는 청년들에게 실무 중심의 교육을 제공하는 공간이다. ‘SeSAC(Seoul Software Academy)’이라는 이름은 서울의 소프트웨어 아카데미이자, 도전과 성장, 가능성을 품은 ‘새싹’의 이미지를 함께 담고 있다. 우리는 강북 캠퍼스에 이어 송파 캠퍼스를 설계하며, SeSAC이 지닌 본질을 다시금 질문하게 되었다. 첫 번째 공간이 SeSAC이라는 브랜드의 철학과 상징성을 구현하는 데 집중했다면, 두 번째 프로젝트에서는 공간에 머무는 ‘사용자’, 즉 학생들의 경험에 보다 초점을 맞추었다.
SeSAC 송파 캠퍼스는 단순히 교육이 이루어지는 장소가 아니다. 이곳은 개발자가 되기 위한 꿈이 현실로 이어지는 구체적인 여정의 출발점이며, 일상의 흐름 속에서 학습과 교류, 성장이 유기적으로 이루어지는 장소이다. 설계의 시작점은 명확했다. “좋은 프로그램은 사용자 관점에서 시작된다.” 이 말은 곧, 좋은 공간도 사용자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이어졌다. 우리는 사용자의 니즈를 섬세하게 읽고, 행동을 예측하며(UX), 필요한 정보를 직관적으로 전달하는(UI) 방식의 디지털 사고를 물리적 공간에 적용하고자 했다. 지향점은 분명했다. ‘학교이기 위한 학교’가 아닌, ‘학생을 위한 학교’, 더 나아가 ‘개발자를 위한 환경’을 만드는 것.
학교의 운영 방식이나 강의 형태 같은 구조적 요소는 물론, 쉬는 시간의 패턴, 학생들이 자주 사용하는 도구와 기기의 배치, 계절에 따라 필요한 수납 기능까지—학생들의 하루를 시뮬레이션하며 공간을 사용자 경험의 관점으로 바라보았다. 이는 곧 모든 설계의 판단 기준이 ‘학생의 실제 경험’에 맞춰졌다는 뜻이다. 공간 구성과 재료 선택, 세부적인 디테일까지 그 철학은 일관되게 반영되었다.
SeSAC 송파 캠퍼스는 정방형에 가까운 19m x 17m 구조로, 출입구가 위치한 전면을 기준으로 강의실(Private), 사무 및 상담실(Public & Private), 라운지(Public)의 세 영역으로 나뉘어 구성된다. 이 중 중앙에 배치된 사무실과 회의실 등은 하나의 매스 형태로 공간 속에 돌출되어 배치되었고, 구조 자체가 디자인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도록 유도했다. 이 매스들은 흡음 효과와 친환경성을 고려해 코르크로 마감했고, 마감재는 단지 시각적 역할을 넘어서 기능적 의미를 부여받는다. 예컨대 벽면에는 핸드폰 무선 충전 선반, 이동형 선반, 콘센트 등 사용자와 상호작용하는 기능들을 심어, 벽체 자체가 ‘학생과 반응하는 인터페이스’가 되도록 했다.
이러한 코르크 마감은 하나의 리듬을 따라 동선을 유도하며, 교실로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안내한다. 그 흐름의 끝에 놓인 라운지는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모이고 머물며 교류하는 공간이다. 이곳은 단순한 휴게 공간이 아니라, 학생들의 다양한 행위를 유도하고 포용하는 플랫폼이다. 충전이 필요한 학생들을 위해 브랜드 컬러인 그린 톤의 콘센트를 곳곳에 배치하고, 벽면에는 무선 충전 선반을 더해 사용성을 높였다. 테이블에는 컵홀더를 매입해 음료컵을 정리할 수 있도록 했고, 매립형 옷장은 하부를 오픈해 기능이 직관적으로 인식될 수 있게 설계했다. 우산이 뒤섞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번호가 표기된 우산꽂이를 전면 파사드와 결합해 구조적 요소로 활용했으며, 오디오 시스템 역시 별도 스피커 설치가 아닌 벽 마감과 통합된 패턴 형태로 적용해 사용자의 시각적 인식이 디자인 흐름과 맞닿도록 했다..
공간의 모든 기능은 드러내되, 과도하게 강조되지 않도록 조율되었다. 필요한 기능은 철저하게 사용자 중심으로 배치하고, 불필요한 요소는 최대한 배제함으로써 공간 전체가 정제된 ‘집약형 기능 시스템’처럼 작동하도록 설계했다. 결국 이 공간은 물리적 공간을 넘어, 사용자의 습관과 경험, 그리고 성장의 흐름을 담아내는 일종의 플랫폼으로 기능한다..
SeSAC 송파 캠퍼스는 개발자를 꿈꾸는 청년들의 가능성이 시작되는 곳이다. 기술을 익히고, 협업을 배우고, 미래를 상상하는 그들의 일상이 머무는 이 공간은 ‘학교다움’보다 ‘학생다움’을 먼저 고민한 결과물이다. 디지털의 언어를 시각화하고, 행위를 공간으로 번역하며, 사용자와 함께 반응하는 이 학교는 단지 기능적 공간을 넘어, 성장의 흔적이 켜켜이 쌓여갈 무대가 되기를 바란다. 우리는 이곳에서 시작될 수많은 이야기와 도전의 여정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용도: 교육시설
위치: 서울 송파구 문정동 324-2 문정테라타워
면적:
330.90m2
분야: 공간디자인, 감리
기간: 2025.05
디렉터: 원장은, 김은영
디자인팀: 이병철, 강혜승
촬영: 홍기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