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GESCAPE
과거 중국의 음식에 대한 전 세계적인 인식은 안전하지 않은 식재료와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먹거리를 만든다는 의심이 팽배해 있었다. 이러한 시기에 중국에서도 상위 1%의 부유층이 살고 있다는 상해에서 “ green & safe “라는 판매 및 먹거리 공간이 등장했다. 10여년 정도 훌쩍 지난 지금은 신기하거나 특별해 보이지 않고 당연시 여기는지 모르겠지만, 상해에 오픈했던 “ green & safe “의 첫 매장은 중국인들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이 벤치마킹하러 다녔던 곳으로 기억한다.
상해의 그 작은 매장에 전 세계 투자자들이 몰리고, 벤치마킹을 위해 방문 한다는 그 명성과는 다르게 매장을 찾았을 때 매장 초입의 작은 공간에서 제일 먼저 접한 광경은 못생긴 과일과 채소였다. 눈으로 보여지는 생김새가 아닌 건강한 환경에서 재배되어 각 지역에서 인증 받은 작물과 그 작물을 먹고 자란 가축, 그 가축에서 생산된 유제품, 건강한 작물로 만들어낸 음료와 와인, 맥주까지 그리고 한 켠에는 작물을 키우기 위한 가드닝 제품들도 팔고 있었다. 음료와 음식을 먹기 위해 내 몸의 상태를 체크하는 문진표를 작성하고 나서야 주문을 할 수 있었던 이곳은 단지 한잔의 음료나 식사만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게 살기 위해 필요한 변화와 라이프 스타일을 판매한 것이다.
과거에는 작물을 재배하는 과정이 인간의 힘으로만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신성한 영역이라고 생각해 왔고 작물을 재배하는 농업이라는 것이 좋은 토양, 기후의 영향, 정성스러운 마음을 통해 좋은 작물이 자라난다고 믿었다. 그러나 농업에도 변화의 바람이 일었고, 기술혁신과 미래 세대의 농업이라는 스마트팜이 도심지 주변으로 생겨나기 시작했다. 좋은 작물이 기술혁신으로 더 단순한 원리에 의해 탄생된 것이다. 스마트팜은 기후를 대신해 작물이 잘 자랄 수 있는 온도와 습도를 최적화 해주고 led조명으로 빛, 식물이 자랄 수 있는 영양분을 물을 매개체로 해서 전달 되도록 한다. 외부와 차단된 클린룸의 환경은 병충해 피해가 없게 하여 작물의 마지막 한 잎까지도 소중히 먹을 수 있도록 온전한 작물을 만나게 된다.
‘스마트팜이 생기면서 농촌도 스마트해지는 것은 아닐까?’
농사를 짓기 위해 필요한 수평적 면적을 수직으로 바꾸는 혁신을 만들어 낸 스마트팜은, 더 나아가서 환경과 기후 변화로 인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미래에는 ai 기술, 에너지 기술 등의 발전으로 지금보다 훨씬 더 다양한 종류의 작물 재배가 가능해질 것이며, 농사를 짓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비닐 등의 쓰레기 문제도 점차 해결될 것이다.
미래의 우리는 농촌을 어떻게 기억하게 될까? 더욱 스마트해진 미래의 농은 지속 가능한 건강한 작물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농부들의 끝없는 노력으로 기억될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노력을 공간 안에도 적용하였다. 작물을 키울 때 사용되어 버려지는 신문지와 비닐 등을 활용한 마감재를 개발하여 우리의 공간 안에서 사용하였고, 이는 미래 세대를 위한 농부들의 노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스마트팜을 통해서 자란 건강한 작물 바로 내 식탁까지 온다면?'
과일과 채소 전문 유통 브랜드로 알려진 총각네 야채가게에서 지속 가능한 형태의 농업과 유통을 고민하다 스마트팜을 통한 새로운 방식의 채소를 공급하게 되었다.
그들의 이런 생각을 채소의 공급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작물을 식탁까지 보내기 위한 노력으로 이어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디자인의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카페 공간은 작물이 재배되는 스마트팜 옆 1, 2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는 이 공간이 스마트팜과 분리된 각각의 공간으로 보여지기 보다는 스마트팜 공간의 연장선으로 느껴지기를 바랐다.
체계성, 규칙성, 위생성을 갖춘 스마트 팜의 특성을 드러낼 수 있도록 형태적인 것뿐만 아니라 마감적인 부분들 또한 공간 곳곳에 녹아드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였다.
1층에 들어오면 마주하는 천장의 구조물은 마치 스마트팜의 한 부분을 연상시킨다,
작물에게 있어 물은 생장에 가장 중요한 매개체이다. 그것이 사람에게도 동일하게 인식될 수 있도록 물, 빛, 환경을 형상화한 천정 구조물을 디자인하였다. 이 구조물을 통해 물과 빛의 흐름이 고객이 접하는 음수대까지 이어지도록 하여 그 의미가 전달될 수 있도록 계획하였다.
천장에서 시작된 사각 패턴은 음수대뿐만 아니라 벽의 입면으로 이어져 작물에게 집중할 수 있는 작은 창이 되기도 한다, 마치 작물의 재배모듈을 닮은 듯한 패턴들은 중앙 테이블 그리고 공간에 배치된 가구 디테일로 연결되어 전체적인 통일감을 이룬다,
조명 또한 불필요한 디자인은 배제한 채 필요한 위치에 기능적으로 보여지는 것에 집중하였고, 천장의 구조물을 따라 간결한 형태로 배치하였다.
실시간으로 자라나는 작물을 볼 수 있도록 조성된 스마트 팜에서는 연구 복을 입은 연구자들이 직접 키운 작물을 카페까지 배달한다. 작물을 씻고 자르고 소스를 얹고 토핑을 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먹을 수 있도록 주방을 오픈된 형태로 구성하였다.
창가 좌석들은 큰 창을 통해 전부 외부 조경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구성하였으며, 밖에서부터 이어진 바닥마감재를 내부로 연장하여 외부 자연과 연결된 느낌을 줄 수 있도록 하였다.
계단을 올라와 마주하는 2층은 1층과 연계된 리프트로 배달된 작물을 포장하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작물과 샐러드를 포장하여 유통하는 과정을 고객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이 모든 과정이 체계적이고, 안전하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도록 벽면 상부를 오픈하였다.
1층과 동일한 천장구조물을 적용함으로 연결된 느낌을 주도록 의도하였고, 외부를 바라보며 식음할 수 있도록 가구를 구성하였다.
또한 건강한 작물을 내 식탁까지 바로 배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공간에 적용하여 픽업존과 상품 디피존을 구성하였다.
스마트팜에서 방금 재배된 작물이 나의 식탁 위까지 오르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곳, 우리는 이 공간이 신선하고 건강한 경험을 판매할 수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용도: 카페
위치: 경기 용인시
면적: 243.31m2
분야: 공간디자인, 시공
기간: 2023.06
디렉터: 원장은, 김은영
디자인팀: 홍승영, 박정은, 주예빈
촬영: 홍기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