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처럼 자신의 관심사나 활동을 SNS로 공유하고 표현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컬렉션을 수집하고 기록하는 행위를 통해 즐거움을 느낀다.

과거 이탈리아에서 CABINETTO라고 불리우던 공간이 있었다. 작고 개인적인 공간으로 과거 귀족들이 손님을 초대하여, 자신의 경험과 이야기를 전달하는 일종의 실내 활동을 위해 전리품과 소장품을 모아 놓은 공간이다. 마치 요즘 시대의 SNS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지 않은가?

우리는 수많은 소장품과 수집품들을 모아 놓은 SNS의 온라인 공간을 CABINETTO라는 공간으로 레스토랑이라는 식음 공간과 접목시켜, 요리를 하는 과정과 요리를 즐기는 경험이 보여지는 공간을 구현하고자 하였으며, 이는 쉐프의 사적 공간에 초대 받은 듯한 느낌을 주도록 하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

파인 다이닝으로 명성이 알려진 엘본 더 테이블이 캐쥬얼 다이닝으로 전향할 때도 우리는 쉐프의 철학을 공간 안에 담아내는 것이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하는 부분이라 생각했으며, 고객 한사람 한사람을 초대하여 내어 놓은 음식처럼, 정성 어린 과정을 담아내는 공간이자 값싸고 좋은 식자재를 사용하겠다는 쉐프의 고집이 요리를 진행하는 과정에 대한 스토리를 알리고자 하는 공간에 대한 철학과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했다. 이는 요리를 즐기고 관찰 할 수 있는 공간, 음식을 즐기는 행위를 좀 더 즐겁게 할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 나가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다이닝 공간에서 무심코 지나쳐버린 요소들을 CABINETTO라는 공간에 소중히 보여 줄 수 있는 방법으로 해석하여 같은 사물이라도 놓여지는 방식에 따라 어떻게 달리 보일 수 있는가에 집중하였으며, 식탁을 이루고 있는 많은 요소들인 접시, 와인, 와인잔, 초와 같은 사물을 관찰을 통해 또 다른 시선으로 표현하였다. 우리는 보여지는 방법을 새롭게 디자인함으로써 전혀 다른 방식을 제안할 수 있었다. 출입구에서 보여지는 수많은 와인 잔들은 쉐프의 수집품처럼 여겨지며, 공간을 즐기는 많은 이들에게 수많은 잔들 중 자신만의 잔을 고를 수 있는 재미를 부여한다.

또한 작은 캐비넷이 놓여진 벽면은 무심코 지나쳐 버릴 수 있지만, 캐비넷을 열었을 때는 그 안의 작은 공간이 또 하나의 CABINETTO의 역할을 하게 공간을 구성하여, 끊임없이 다른 시각과 관찰을 통해 공간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 중앙의 긴 테이블은 기존의 격식을 갖추어야 하는 다이닝 방식이 아닌 새로운 형태의 다이닝 방식을 제안하며, 곳곳에 놓여진 수집품들이 공간 전체를 하나의 CABINETTO의 공간으로 묶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용도: 식음공간
위치: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면적: 107m²
클라이언트: EBT
분야: 공간디자인
기간: 2020.01-05
디렉터: 원장은, 김은영
디자인팀: 박정은
촬영: 도현석